전부터 건강 챙긴다며 이것저것 챙겨먹는 사람들을 보며 습관처럼 하던 말이 있다.


"그러느니 운동을 하라!"


물론 나도 못했다. 천성이 게을러서 안 한 것도 있다. 하지만 지난 11년 동안 매일 12시간 넘게 일해야 했었다. 때로 휴일도 없이 퇴근시간 지나서도 계속해서 일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집에 와서 밥먹고 씼고 어쩌고 그냥 바로 자야 할 시간이다. 무엇보다 운동할 체력이 남아있지 않다.


그동안도 꾸준히 운동을 해보겠다 시도를 해보기는 했지만 이런저런 사정들로 인해 좌절되기를 몇 번, 겨우 작년 여름 쯤에야 다니던 직장이 망하면서 겨우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새로운 직장을 구하면서 하루 8시간씩 근무할 수 있게 되니 비로소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매일 두 시간, 많을 때는 세 시간 씩, 그리고 겨울부터는 조금 몸에 근육도 붙고 하면서 압축해서 한 시간 반 정도로 운동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당장 감기가 사라졌다.


매 해 겨울이면 감기는 그냥 당연히 거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길면 최대 몇 주 이상 콧물과 기침을 달고 살아야 했었다. 하지만 고작 몇 달 운동한 것 만으로 감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작년 정기검진을 받을 당시 당뇨 직전까지 갔던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허리사이즈도 1인치 이상 줄고, 몸무게도 7킬로 가까이 빠지고, 일하면서도 쉽게 지치지 않아 효율도 높아진다. 이렇게 좋은 걸 어째서 난 이제야 알게 된 것일까? 말했다. 11년 동안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며 살았다고.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이다. 어째서 한국사람들이 건강을 위한다면서 운동이라는 확실한 왕도가 아닌 건강식품이라는 편리한 사도를 선택하는가. 그다지 효과가 검증도 되지 않은 건강식품에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시간이 없으니까. 허구헌날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 혹은 자기 가게에 붙들려 있어야 하니 운동할 시간을 내는 자체가 너무 힘들다. 기껏해야 휴일에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등산이니 낚시니 분주히 움직일 뿐이다. 그조차도 이미 몸과 마음이 지쳐 있으면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내가 그랬다. 쉬는 날이면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고 잠깐 깨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자른 잠을 벌충하며 최대한 휴식을 취하며 보내야 했었다. 하다못해 그토록 즐기던 게임조차 즐겁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다.


이 또한 사회적 비용이라는 것이다. 여유가 없으니 운동을 못하고, 더구나 여유가 없는 만큼 사람을 만나도 달리 할 일이 없으니 먹고 마시는 것이 전부이다시피 하고, 그 결과는 중년의 나이에 찾아오는 성인병인 것이다. 그렇게 갑자기 한창 일할 나이에 돌연사를 하는 경우가 있고, 벌써부터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고, 그렇다고 건강을 챙기겠다고 허튼데 들어가는 비용 또한 적지 않다. 무엇보다 몸만이 아닌 정신과 마음까지 잠시도 쉬지 못하고 피폐해 있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도 노동생산성을 이유로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에 붙들려 일해야 한다 주장하는 이들이 있으니. 더 많은 시간을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을 정의라 여기는 여론까지 적지 않다. 그 비용을 그러면 누가 모두 치르는가.


운동과 노동의 차이는 무엇인가. 결국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고 무엇보다 반복회수다. 고작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반복하면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생긴다. 운동이란 딱 그런 무리가 생기기 직전에 적당히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상태에서 멈출 수 있는 것이다. 그 단계를 넘어가면 당연히 다치는 경우가 많아진다. 얼마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자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가. 하루 12시간씩 일해보면 안다. 피로가 얼마나 몸과 마음을 피폐케 하고 일의 효율을 떨어뜨리는가를. 그래서 그나마 정상적인 기업들에서는 아예 잔업이나 야근 자체를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영세한 자영업이나 혹은 중소기업에서도 그럴 수 있겠는가. 대기업 가운데서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 공사현장인데도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러고보면 나 역시 한창 일용직으로 용돈벌이 할 때 새벽같이 일어나 나갔다가 자정 넘어 들어온 경우가 몇 번 있었다. 괜히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빈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비싸게 써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잔업이나 야근보다 최소한의 법정근로시간동안 사람을 더 고용해 쓰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도록. 그럼에도 줄어든 근무시간에도 충분한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대부분 가장인 노동자들이 겪게 될 불운은 곧 가족의 불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세계의 나라들이 추구해야 할 것도 더 적은 시간만을 일하며 자신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닐까. 기껏 이룬 기술적 발전으로 더 많은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해진 만큼 더 적은 시간만을 일해도 상관없는 세상이 온다.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참 멀리도 온다. 시작은 그냥 최근 몇 달 동안 꾸준히 운동하며 얻은 성과에 대한 자신감과 자랑이었는데 결국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온다. 인간의 기술은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보다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이 기술을 발전시키는 궁극적 목표여야 한다.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문명의 진보가 그것을 이루어준다. 더 적은 임금으로 더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그러나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생산성의 향상은 노동현장으로부터도 인간을 소외시킨다. 그것은 과연 인간이라는 집단에 있어 진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몸이 많이 건강해졌다. 진작 이랬으면.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이유를 안다. 잠시 몇 달 운동에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지만 끝내 계속 이어지지 못했던 이유를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개인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다. 그리고 비용이다. 국가의 역할이란 거기서 무엇이고 어디에 있겠는가.


역시 먹는 것보다는 운동이 좋다.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생활이 좋다.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대통령의 구호가 떠오른다. 사람이 먼저다. 무엇을 과연 어떻게? 내가 지금 정부를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무엇보다 먼저여야 한다. 첫째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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