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때도 말했지만 대한민국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출세하기 위해서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다. 그래서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그렇게 가르친다. 공부해서 출세하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며 살 수 있다. 다른 말로 입신양명이라 부른다.


그렇게 공부만 해 온 인간들이다. 사회적 책임따위 배운 적도 없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가족조차 자신이 출세하면 그 덕이나 보겠다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히려 그런 자신을 존경의 눈으로 봐준다. 부정도 불법도 비리도 패륜도 일단 출세했으니 실력으로 능력으로 인정해준다. 자신을 향한 비판은 실패한 자의 질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이들이 권력이라는 것을 가지게 되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이다. 검사내부의 수컷지향적인 문화는. 수컷지향이란 권력지향이다. 실력이란 폭력이고 위력이다. 그것을 스스로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한다. 한 마디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같은 검사를 성추행할 수 있는 당당함이다. 그래도 누구 하나 자신을 향해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못한다. 하다못해 피해자의 편에서 말리는 시늉도 못한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듯하자 피해자를 좌천시켜 본보기로 삼는다. 성추행을 저지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살아온 대부분의 검사 수컷들의 의식이고 무의식인 것이다. 누구도 자신들이 얻은 출세를 욕보여서는 안된다. 흠집내려 해서는 안된다. 심지어 성폭행을 당해도 그것을 문제삼으면 실력있는 검사의 발목이나 잡으려는 꽃뱀이 된다.


검사들만의 문제냐면 사실 현실에서 일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같은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성폭력을 저질렀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당장 가해자의 부모부터 피해자를 달려가 악다구니를 놓는다. 앞길이 창창한 아이를 망치려 그러느냐. 선생님들과 다른 학생들까지 가세한다. 성적이 좋을수록. 주위로부터 인정받을수록. 그러므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앞길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된다. 폭력이 위력이 지배하는 야만사회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그것만을 목표로 살아가는 야만사회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검사라는 조직 안에서도 다르지 않게 일어나고 있었을 뿐이다.


이래서 내가 페미니즘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나마 그런 수많은 약자인 피해자들의 편에서 함께 싸워주는 것이 그들 페미니스트들인 때문이다. 지금도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별 되지도 않는 추측까지 늘어놓으며 피해자인 여검사의 의도를 의심하고 흠집내려는 이들이 있다. 대개는 남성들이다. 남성화된 여성들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문제로 다른 이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 앞길을 막아서는 안된다. 성범죄와 관련한 이슈에서 피해자인 여성들에 대해 꽃뱀이라 주장하며 나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잘나가는 남성을 여성이 망쳐서는 안된다.


그냥 한국 사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대부분 성범죄는 일반적인 의식과 달리 성욕을 동기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권력욕이다. 지배욕이고 과시욕이다. 단지 폭력일 뿐이다. 폭력을 통해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굳이 동성애자가 아니어도 동성을 향해서도 성폭력이 심심찮게 일어나고는 한다. 권력이 지배하는 사회다. 위계가 지배하는 사회다. 그것이 전부인 사회다.


검찰조직 자체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는 이상은 바뀌지 않을 문제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실을 고발했으니 더이상 검사로 남아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무심결에 드는 이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야 말로 그런 현실을 말해준다. 그러면 검찰이 아닌 다른 조직 다른 사회는 다를까?


그러니까 부모새끼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가정 교육은 부모가 시키는 것이다. 도대체 부모새끼들이 애새끼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그래도 자식이 검사라고 뭔 짓을 하든 잘한다 우쭈쭈했겠지. 그냥 나와 내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본능이지만 정의는 아니다. 한심한 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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