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려 했더니 벌써 몇 년 전 '매드맥스:분노의 도로'가 개봉된 적 있었다. 원래는 '북두의 권' 이야기를 하려 했었다. 아니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무협소설은 어떨까? 중앙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며 정파니 사파니 무림문파들이 제각각 무력을 소유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최선의 전쟁보다 최악의 평화가 차라리 낫다. 아무리 숭고한 이상을 위한 전쟁이라도 결국 전쟁이란 자체가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다. 내가 죽을 수도 있고,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할 수도 있다. 그런 공포 속에 살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최소한 김정은의 치세라도 김정은 한 놈만 조심하면 되는 것과 달리 오늘은 이편이 이겼다가 내일 저편이 이기면 그때마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바로 국가가 폭력을 독점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국가 말고 어느 누구도 개인에게 폭력을 휘둘러서는 안된다. 개인의 인신과 재산에 대해 위해를 가해서는 안된다. 그를 위해서 국가는 더 강력한 폭력을 독점하지 않으면 안된다. 군대를 보유하고 경찰력을 동원하고 그럼으로써 국가 이외의 폭력이 국가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억압하고 제약한다. 물론 그 국가가 더 나쁜놈일수도 있지만 말했듯 이놈저놈 칼들고 총든 놈들을 걱정하기보다 국가 하나만 조심하면 그래도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 당장 사악한 독재자를 몰아냈더니 군벌들이 서로 내전을 벌이고 있는 실제의 현실들을 돌아보라. 그래서 내전을 치르고 있는 지금이 독재자의 치하보다 더 나은가.


경제에 있어 가장 강력한 수단은 다름아닌 결제수단이자 가치의 수단인 화폐일 것이다. 누가 화폐를 독점하고 발행할 것인가에 따라 경제 전반이 크게 좌우되게 된다. 어느 나라의 경우처럼 아무 생각없이 화폐만 찍어냈다가는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국민들의 일상마저 위협하게 된다. 그렇다고 조선처럼 아예 화폐를 발행하지 않으면 화폐를 구하기 힘들어지며 역시 경제에 압박이 가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화폐를 독점하고 차익을 노리려는 놈들마저 있다.당장 흥선대원군부터 상평통보의 100배 가치라며 당백전을 발행하고는 전작 세금은 상평통보만으로 거두어들이고 있었다. 그나마 권력자들은 그런 실정이 계속되면 반발이 일고 마침내 권력을 잃고 쫓겨나기라도 한다. 그런데 단지 돈만이 목적인 개인이라면 어떨까?


개인이 발행권을 갖는다. 개인이 임의로 화폐를 만들고 찍어내어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다. 어떤 화폐를 어느 정도의 가치로 유통시킬 것인가도 개인이 정할 수 있다. 당연히 누가 얼만큼 어떻게 가질 것인가도 개인이 정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얼만큼 화폐를 발행할 것인가도 알고 있으므로 그것을 이용할 수도 있다. 단지 화폐발행의 국가독점을 몇몇 개인의 독점으로 바꿀 뿐이다. 그나마 국가는 국민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가지지만 개인이 다른 개인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블록체인의 전제가 타인의 선의에 기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화폐를 발행하는 주체들의 선의는 어떻게 믿어야 할까? 100명이 합의하는 것은 어렵지만 10명이서 서로 이해를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역사적 시간에 비례해서 국가의 규모가 커지고 책임과 권한 역시 강화되어 온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세계제국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언젠가 세계 역시 하나의 정치체로 묶이게 될 것이다. 단일한 통화와 단일한 규범과 단일한 권력구조를 가지고 보편적인 원리와 가치 아래 지배되게 될 것이다. 중동의 인권과 미국의 인권이 다르다. 유럽의 정의와 아프리카의 정의가 다르다. 그 혼란으로 인한 비용이다. 그러므로 모든 인류가 하나의 보편적인 원리 아래 하나가 되어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역사를 뻘로 배운 것인지. 화폐의 역사도 알지 못하면서 화폐의 미래를 이야기한다. 최초의 화폐는 국가가 발행한 것이 아니다. 최초의 화폐는 개인과 개인이 약속한 가치있는 재화였었다. 화폐를 국가로부터 독립시킨다. 화폐를 중앙으로부터 분리한다. 무슨 말들을 하는 것인지. 어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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