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하는 말이지만 남 욕하는 글이 가장 쓰기 쉽다. 흠을 들추고, 약점을 찾고, 잘못을 지적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당장 눈에 보이니까. 이미 드러난 문제들을 탓하는 것이야 아무라도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 그런 주제에 누군가를 비판하면서 자기가 그보다 더 대단한 존재가 된 듯한 착각마저 느낀다. 내가 그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고 판단과 능력에서도 더 뛰어나다. 그에 비하면 누군가의 편을 들어 그를 옹호하는 글을 쓴다는 것은 그에 대한 비판까지 자기가 모두 뒤집어쓰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무엇을 근거로 어떤 논리로 그의 입장을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시킬 것인가.


인터넷에 남 까는 글이 넘쳐나는 이유다. 그래도 글 좀 쓴다고 자기가 뭐라도 대단한 존재라 생각한다.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 것이라 착각한다. 너는 이게 문제고, 너는 이런 잘못이 있고, 나는 이래서 안된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이 있고 때로 그런 비판이 본질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타진요 사태 당시에도 타블로와 관련한 다른 사소한 문제들은 학력위조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예능에 출연해서 약간의 과장이나 허위를 섞는 것이야 일상에서도 대부분 흔히 하는 일들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기회가 되었다고 심지어 가족의 이력까지 뒤져서 별 사소한 일들까지 끄집어 비난의 소재로 삼는다. 당시 참으로 정의로웠던 인터넷의 실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야 유권자로서 당연히 그럴 수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편에서 비판자들과 싸우는 것 역시 지지자로서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그 비판의 주제가 되는 대상에 대해서까지 폄하하며 공격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그야말로 불모지에서 맨땅에 헤딩해가며 겨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여자 아이스하키였을 것이다. 제대로 된 실업팀도 거의 없고 여건도 열악한 가운데 힘겹게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 분명 정책적인 배려가 있기는 했다. 그렇더라도 여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과 협회의 피나는 노력이 동반되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미안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국가적 상황 때문에 그들의 노력을 희생시켜야만 했었다.


그러니 문빠가 욕먹는 것이다. 과거 노빠들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을 옹호하는 것은 좋다. 노무현을 변호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어쩌면 피해자일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그에 대한 사소한 문제들을 들춰 공격의 수단으로 삼는다. 비판의 빌미가 되는 대상을 공격함으로써 비판을 미연에 차단하겠다. 역시나 문재인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도 꼴보기 싫은데 비판적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일까? 빠가 까를 만든다. 편들어주는 것도 영리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낸다. 대통령도 직접 찾아가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것이 옳은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큰 빚을 지는 것과 같다. 내가 그 희생의 덕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잘못으로 당연히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흔히 그런 것을 파렴치하다 부른다.


변호도 옹호도 결국 영리하게 기술적으로 해야 효과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사정을 들출 필요 없이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충분히 긍정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한 무리의 리더로서 때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지지하는데 어떻게 지지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니까. 능력도 안되면서 마음이 앞서니까. 더구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도덕관념마저 무디게 만들어 버린다. 아무리 그것이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일인가.


대통령이 어려운 길을 가려 하면 지지자도 스스로 어려운 길을 선택할 줄 알아야 한다. 쉽다고 아무 길이나 막 가지 말고 어렵더라도 정도를 걸을 각오가 필요하다. 능력이 안된다면 침묵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국가의 사정이 그렇다고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의무 같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요구가 아닌 요청을 하고 그를 위해 설득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찾아가 겨우 마음을 돌리고 있었다. 하긴 그러니까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나 두드리고 있겠지만. 나라도 다르지는 않다. 가끔 혐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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