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시끄러웠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경우로 한 번 돌아가 보자. 구인공고에는 내지 않았지만 알아서 업무에 필요한 자격과 경력을 가지고 지원한 사람이 있다. 공고를 보고 지원한 수많은 사람 가운데 정작 공고에는 없지만 업무상 필요하다고 여겨진 자격과 경력을 갖춘 사람을 그래서 담당자가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문제가 되는가?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시험이란 학생 개개인이 가진 실력이나 학업에 기울인 노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정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에서의 시험은 다르다. 특히 채용시험이라는 것은 오로지 사용자의 필요와 목적에 의해 이루어진다. 당장 사용자에게 필요하고 이익이 될만한 사람을 뽑기 위한 수단이 바로 채용시험인 것이다. 객관성과 공정성보다 사용자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필요하니까 뽑았다.


그동안 필요가 없어 굳이 뽑지 않았는데 갑자기 전기기술자 몇 명이 그만두며 사전에 미리 고지하지 않고 급하게 전기관련 자격과 경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아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웹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생겨서 새로 뽑는 인원 가운데 관련 자격과 경력을 특별히 우대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불공정한가? 공평하지 못한 것인가? 말한 그대로다. 사용자에게 필요하니까. 정확히 말해 구직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실력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지원할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전체 가운데서 필요한 자격과 경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자격과 경력을 가진 사람 가운데 원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채용에 대해 잘못되었다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부처도 아닌 고용노동부다. 직업상담사라는 자격증이 아예 없었다 새로 생겨난 것도 아니다. 벌써 10년전에 고용노동부에서 채용하는 노동직에 대해서는 직업상담사 자격증의 가산점까지 정의해 놓고 있었다. 가산점이 5%나 되는 것도 해당 직무에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일반행정이 아닌 고용노동부만의 고유한 기능업무에 있어 직업상담사의 자격증이 변호사나 회계사보다 더 우선해서 요구된다. 다만 문제라면 그동안 고용노동부에서 그러한 노동직 자체를 아예 채용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노동직 없이 오로지 일반행정만을 뽑다가 갑자기 노동직의 채용을 늘리게 되었다.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렇다면 고용노동부 입장에서 노동직의 채용이 전혀 불필요한 특정한 목적을 위한 요식에 불과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 그동안에도 고용노동부에서는 일반행정을 뽑아서 다수 노동직으로 돌리거나 계약직을 따로 뽑아 업무를 맡기고 있었다.


앞서의 사기업의 경우와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직업상담사라는 자격증이 있고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부하고 시험을 쳐서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그리고 고용노동부에는 직업상담사에 대한 수요가 항상 있어 왔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10년 전 정한대로 고용노동부가 필요로 하는 노동직을 대거 채용하기로 결정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일반인 전부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 가운데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고용노동부가 필요로 하는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신규공무원을 채용하는 것이 오로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의 입장을 고려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무상 필요하기에 필요한 해당 자격증을 가진 사람 가운데 지원받아서 채용한다. 당연한 과정이 문제가 된다. 역시나 시험에 대한 착각들 때문이다.


세상은 시험을 치르는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자신들을 위해서만 돌아가지 않는다. 공무원의 채용은 공시생을 위해서가 아닌 해당 부처의 필요와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다. 그런 사정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필요하면 채용을 늘리고 필요없어지만 채용을 줄인다. 상황에 따라 채용할 대상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공시생들이 반발한다고 직업상담사 자격을 가진 인력이 필요한데 그 채용을 미룸으로써 필요한 업무까지 뒤로 미뤄야 할 것인가. 말했던 것처럼 이미 수만의 사람들이 해당 자격증을 취득해 놓고 있는 상태다. 공시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자격증을 이미 취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하필 이 이슈가 고용노동부가 이미 고용하고 있는 다수 무기계약직과 관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다. 다시 말하지만 무기계약직만이 대상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정작 고용노동부에서 고용한 계약직 가운데 해당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고작 3%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갑작스런 공지로 불리하기는 그들 역시 마찬가지다. 갑작스럽게 같은 자격증을 보유한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고 경쟁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계약직이 자신들보다 앞서서 정규직이 되어서는 안되니까. 자신들과 달리 계약직으로 고용된 것인데 사용자의 선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부당하니까. 자신들은 처음부터 계약직을 목표로 하지 않았었다. 내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 말한 정규직의 신분화가 여기서도 적용된다.


계약직이더라도 이미 고용노동부에 고용되어 실제 업무를 수행했던 사람들에게 조건이 더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현장에서 경험까지 쌓은 사람들인데 채용에 우선권을 준다 해서 실제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다 할 수 있다. 공정함이라는 이름의 차별이다. 자신들은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그들은 실제 현장에서 실전을 치르고 있었다. 더구나 실상은 그와도 전혀 거리가 멀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부에서 이와 같이 했더라도 나의 판단은 같았을 것이다. 공무원 시험이 공시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공시생이란 단지 국가나 지자체가 필요한 행정업무를 위해 고용하는 공무원에 지원하려는 구직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의 시험은 결코 공정하거나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사회의 시험은 어쩌면 학교에서보다 더 공정하고 더 공평하다. 나의 경험이고 나의 판단이다. 지원자들을 위해 사람을 뽑으려는 회사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한다. 고용노동부의 업무도 나름대로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전문성도 없는 일반행정을 뽑아 노동직으로 돌리기보다 해당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이나마 가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뽑아 업무에 배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동안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고용노동부의 전문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고용노동부의 위치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노동자를 위한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사용자를 위한 고용노동부였다. 달라지는 조짐이라 생각해서 환영하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의 일이 많아진다.


논란을 위한 논란이다. 공시생들 입장에서야 억울하다. 그동안 고용노동부를 목표로 열심히 준비해 온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고용노동부가 내건 조건을 위하 자신을 갈고닦아 온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시생이란 자체가 특정될 수 없는 집단이다. 아니 집단조차 아니다. 공무원을 준비하면 공시생이고 포기하면 아니게 된다. 경계조차 모호하다. 국가의 일이란 그렇게 정해지지 않는다. 국가가 개인을 전적으로 책임지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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