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벌어졌다. 사방에서 적이 밀려들고 있다. 당장 눈앞에 적의 대장이 10만이 넘는 대군으로 공격해 오고 있다. 어디를 어떻게 막으면 이길지, 어디에서 어떻게 싸우면 적을 패퇴시킬지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적의 주력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그 모든 것이 공상이고 망상에 불과하다.


이미 민주당과 지지율 차이가 너무 벌어져 있다. 그나마 자유한국당 정도만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선전하고 있을 뿐 나머지 야당들은 전국 어디서도 민주당의 높은 지지에 밀려 지리멸렬한 상태다. 존재감도 미미한데다 대통령이 이슈까지 독점하고 있어서 무엇을 하든 화제조차 되지 못한다. 그나마 유일하게 가능성이 있는 것이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에 상당부분 기여하고 있는 대통령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나마 대통령을 걸고넘어지면 화제라도 될 수 있다. 다른 것 다 차치하고 무조건 대통령 하나만 잡아야 한다.


이를테면 금적금왕이라 할 것이다. 적을 잡고 싶으면 대장을 잡으라. 대장만 잡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딸려 온다. 그런데 대부분 그런 대장들은 가장 크고 강한 군대에 둘러써야 있는 경우가 많다. 틈을 노리거나, 아니면 무모하게 도박을 하거나. 다행히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헛짓한다고 잡아죽이지는 않으니까. 대중이 실망하고 분노한다고 자기들을 잡아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무작정 달려든다. 아무렇게라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흠집을 낼 수 있기만을 바라면서. 새로 당대표로 선출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당선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문재인 정부의 호남홀대론을 다시 불지피는 것이었다. 자유한국당 역시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을 빌미로 장외투쟁에 나섰다. 목표는 하나 문재인 대통령에 흠집을 내보자.


그것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가지고 민주당과 싸울 것인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자신들은 어떤 대안을 내놓을 것인지. 어떻게 문재인 정보와 민주당과 차별되는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낼 것인지. 핵무장의 이슈마저 오히려 미국의 도움으로 문재인 정부가 선점해 버렸다. 그러니까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저 문재인 하나 붙잡고 늘어지는 것 밖에는.


사지다. 죽을 것을 알면서도 들어가야 하고 안될 것을 알면서도 싸워야 한다. 아니면 그나마 말라죽는 수밖에 없다. 미래가 없다.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 어느 정당에도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미래는 들어 있지 않다. 오로지 반문재인 뿐이다. 죽든 살든 마지막까지 그 한 가지에 걸어야만 한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언론이 그에 동참하고 있다. 역사상 없다. 이런 것이 만인적이라는 것인가. 팽성전투에서 고작 3만의 병력으로 유방의 50만 대군을 무너뜨린 항우의 위세가 이러했을까? 오로지 문재인 한 사람의 힘으로 네 개의 야당을 모두 초토화시키고 있다. 물론 정확히는 여전히 70%를 넘나드는 국민적 지지가 든든하게 문재인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가 그에게 있는 한 명분 역시 문재인에게 있다.


참 정치뉴스가 이렇게까지 재미없었던 적이 없다. 그래도 전에는 치고받는 이슈라도 있다. 네가 옳네 내가 옳네 다투는 것이라도 있었다. 명분도 없고 실질도 없다. 오직 한 사람 문재인만이 있다. 문재인에서 시작해서 문재인으로 끝난다. 자유한국당의 뉴스도, 바른정당의 뉴스도, 국민의당의 뉴스도, 심지어 정의당의 뉴스마저. 그러니까 알맹이가 없는 것이다. 판단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것일까? 그야말로 말라죽어가고 있다. 뿌리부터 말라가고 있다. 그래서 결국 민주당도 없이 문재인 한 사람만 남는다. 이런 심심한데가.


어쨌거나 야당들도 별 수 없을 것이다.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그나마라도 해야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은 없다. 김정은에게 제발 하고 빌고 있을지 모르겠다. 트럼프에게 부디 하며 절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문재인은 한국 정치의 한계를 넘어섰다. 가끔 심각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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