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문제가 뭐였냐면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스스로를 위치시켜버린 것이었다.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편에 고립되어 버렸다. 야당과 직접 충돌하며 이슈의 중심에 서고 여당은 그것을 중간에서 중재하려 하고 있었다. 참여정부라 하면 말만 많고 시끄럽다는 인상이 박힌 이유가 그것이다. 여당이 나서지 않으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득도 해야 하고 반박도 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논란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까지 모두 대통령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만일 그때 열린우리당이 직접 한나라당과 맞서면서 대통령에게 조율과 중재의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그래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추미애가 직접 나서서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가며 국민의당을 공격했던 것이었다. 다름아닌 대통령 문재인과 그 아들 문준용이 국민의당이 저지른 제보조작의 직접피해자였기 때문이었다. 자칫 제보조작이 국민의당과 청와대 사이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 제보조작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문준용씨에 대한 취업특혜의혹을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며 역공을 펼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니까 청와대가 진정 국민의당 자신들이 도와주기를 바란다면 이 사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피해당사자로서 국민의당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더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약속과 실천을 보여주어야 한다. 청와대가 자신들을 구해주어야 한다. 아니면 더이상 청와대와는 협치가 없다. 괜한 진흙탕 싸움으로 자칫 청와대가 국민의당과의 불편한 구설에 휘말릴 위험이 있었다. 그러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직접 나선다.


덕분에 추미애 대표의 발언 이후 제보조작의 이슈는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추미애 사이의 문제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당사자인 청와대는 간 곳 없이 야당과 언론의 공격 역시 추미애 대표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래서 청와대 역시 피해당사자이면서도 이슈에 휘말리지 않고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서서 고유한 인사권과 추경을 분리하는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인사를 두고 거래한다면 청와대가 그 대상이 되어야겠지만 인사를 제외한다면 국회의 문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원식이 욕먹는 것이다. 청와대가 선을 그었다. 인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추경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협상을 통해 풀어갈 문제다. 추미애 대표의 발언은 물론 제보조작 이슈 역시 청와대와 무관한 것이다. 그런데 야당이 원하는대로 그 모든 것을 청와대의 문제로 바꿔 버리고 말았다. 거래를 통해 장관지명자를 낙마시키고, 청와대로 하여금 추미애 대표의 발언을 사과한 것처럼 모양새를 만들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보조작의 직접피해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당에 유감을 표하는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주도권을 완전히 야당에 넘겨주는 과거 열린우리당을 떠올리게 만드는 멍청한 짓을 하고 만 것이다.


바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현실인식이 유시민의 그것과 비슷하기에 벌어진 일이다. 야당과 대통령이 싸우면 여당이 그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맡는다. 야당과 대통령이 양 극단이 되어 싸우면 여당이 중간자가 되어 둘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대통령과 야당에 대한 평가와 판단이 정해진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기준으로 대통령이 옳다, 틀리다. 혹은 잘한다, 잘못한다. 여당이면서 자신들의 정부, 자신들의 대통령을 위해 악역을 맡는 것을 거부한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을 수단삼아 자기 좋은 역할만을 맡으려 한다. 그 결과가 바로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열린우리당이었다. 야당과 대통령 사이에서 여당만 좋은 역할을 맡게 되면 그 모든 정치적 부담은 청와대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번 청와대의 조치로 언론이 우원식 원내대표를 추켜올리며 어떤 식으로 기사를 쓰고 있는가를 한 번 살펴보라. 언론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은가.


오히려 청와대가 여당인 민주당을 수단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여당의 대표마저 수단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더불어민주당보다는 청와대가 협상도 할 만 하다. 꽉막힌 더불어민주당보다는 청와대와 대화하는 쪽이 그나마 자신들을 위해서도 좋다. 그럼으로써 예민한 이슈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청와대가 뒤따라가며 야당과 대화를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고 국정을 주도해간다. 그러자면 여당이 악역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여당이 악역을 맡는 만큼 정부는 안전하게 좋은 모습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하라 수 있으며 이는 정권의 성공과 재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지금 야당이 된 보수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 여당으로서 어떻게 했었는가 돌아보면 참고가 될 것이다. 야당을 위해 정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닌 정부를 위해 야당을 압박하며 찍어누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론의 비난은 받았지만 그 결과 정부는 문제없이 국정을 주도해갈 수 있었다. 물론 그 결과가 사자방과 국정농단이라는 말하기도 끔찍한 것들이기는 했지만.


추미애가 여당의 대표가 되고 유시민은 일개 야인으로서 평론하는 입장에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여당의 대표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정부와 여당 모두에게 유리한가. 아마 원내대표인 우원식이 더 강하게 나갔다면 굳이 대표인 추미애까지 직접 나설 필요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자꾸만 우원식이 정부와 야당 사이를 중재하려 애쓰고 있었으니까. 좋은 사람의 포지션에서 정부를 직접 당사자로 만들어 짐을 지우려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여당의 대표로써 자신이 야당과 대결하는 중심에 서겠다. 멍청하게 사람만 좋아서 이리저리 야당 좋을대로 휘둘리고 있을 뿐인 원내대표 우원식과 결정적으로 차별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우원식이 아닌 추미애가 대표인 것이다.


워낙 오래 정치를 하지 않아 감이 떨어진 모양이다. 아니면 참여정부와 자신의 실패가 트라우마가 되어 그의 사고를 위축시키고 있거나. 국회내에서의 문제는 국회의원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원내에 있는 여당과 야당이 공식 비공식적인 대화를 통해 합의해서 풀어가면 되는 것이다. 원내에서는 청와대가 아닌 여당이 협상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청와대는 야당과 협치하지만 야당은 여당과 협치해야 한다. 아직까지 국민의당을 자기 계파라 여기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보다 과거 비문이던 시절을 떠올린 탓일까? 우원식도 답이 없다. 현실과 환경이 달라졌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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