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어쩌다 어깨 둘과 어울리게 되었는데 그만 탕수육을 안주로 시키고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한 사람은 부어먹자고 하고 한 사람은 찍어먹자고 한다. 그러면서 사이에 낀 자신에게 어떻게 먹을 것인가 선택하라 강요한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중간자의 딜레마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려다 양쪽 모두로부터 불신만 살 수 있다. 어느 한쪽도 100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부족한 만큼 원망을 듣게 된다. 원망으로만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다고 양쪽 모두를 누구로부터도 불만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만족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어떻게 처신해야 당장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간단한다. 누가 더 센가를 확인한다. 그리고 누가 더 자기에게 우호적이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는 상대인가를 살핀다. 그리고 선택한 한 쪽과 손잡고 다른 한 쪽을 힘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센 상대와 함께 아예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버렸는데 이제와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마침 오바마 정부부터 미국은 나날이 성장해가는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취해오고 있었다. 더구나 지금 트럼프정부는 경제적으로 더 강력한 중국에 대한 압박을 천명한 상태다. 사드는 바로 그런 일환이었다.


중국이 적당히만 했어도 한국정부 역시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적당히 양쪽의 눈치를 보며 줄타기하는 묘기도 제법 선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중국을 달래는 한 편 중국이 양보한 만큼 그것을 협상카드로 삼아 미국을 달랜다. 하지만 중국이 강경일변도로 일방주의적인 태도를 고수하자 선택은 좁아지게 되었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의 협박에 굴복해서 이전 정부에서 미국과 약속한 사드배치를 철회한다면 미국의 불신을 살 수밖에 없다. 중국이 압박하면 한국정부는 굴복할 것이다. 중국이 실력행사에 나서면 자신들과의 신뢰를 배반하고 그들의 요구대로 따르고 말 것이다. 세상에 그런 동맹은 없다.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중국인가? 아니면 미국인가? 중간은 없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면 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그나마 한국정부가 그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려던 입장에서 아예 미국에게로 돌아서 버리면 곤란한 것은 바로 중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본과 대만이 중국의 대양진출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마저 완전히 미국에게로 돌아서서 대중국압박에 동참하게 되면 중국은 태평양은 커녕 황해에 갇히는 곤란한 처지가 되고 만다. 그동안 한국정부를 압박하는 유효한 수단이었던 경제마저 미국이 정면으로 중국경제를 겨냥하게 된다면 도리어 중국을 노리는 비수가 되어 돌아올 판이다. 한국 혼자라면 경제적으로 중국에 물려 있는 만큼 중국정부의 의도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지만 미국이 뒤에 버티고 있다면 도리어 그로 인해 중국이 더 곤란해질 수도 있다. 중국경제라고 지금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국내정치상황이 마냥 시진핑에게만 유리한 것도 아니다. 한국정부는 중국정부로부터 경제보복을 당하는 만큼 FTA재협상이나 방위비분담등에 있어 미국에 요구하는 카드로 삼으면 된다. 한국정부는 한미동맹을 위해 이 정도로 경제적인 피해까지 기꺼이 감수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중국정부가 히스테리에 가까울 정도로 강경한 언사들을 쏟아내는 이유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정부가 아예 돌아서서 미국의 요구대로 대중국압박에 동참하게 되면 그만큼 중국정부에, 무엇보다 독재자 시진핑에게 압력으로 돌아온다. 그것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미 쓸 수 있는 수단은 모두 썼다. 여기서 더 나가는 것은 아예 한국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일말의 여지도 남기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여길 수 있다. 어차피 사드는 배치될테고 한국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한국이 받는 경제적 타격과 별개로 중국도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한일정상회담의 결과가 어찌될지는 알 수 없지만 문재인정부가 노무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한일관계를 과거사문제와 별개로 다시 복원하려 한다면 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입지까지 흔들릴 판이다. 원래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 겁먹은 고양이가 사납게 울어댄다.


그러면 과연 이대로 사드배치를 강행할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마냥 밀어붙이기만 한다면 중국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다. 중국정부가 이렇게까지 반대했는데 한국정부가 무시하고 사드배치를 강행했다. 그래서 더욱 한미동맹의 강화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중국이 직접 발벗고 나서서 중국을 설득하라. 먼저 핵개발을 동결케 하고 한국정부와의 대화에 나서게 하라. 환경영향평가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는데 필요한 시간은 중국정부에 주는 시한이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구체화되고 공식화된다면 그때는 그 수단으로서 사드를 활용할 수 있다. 북한핵문제 해결이라는 치적을 가질 수 있다면 트럼프 입장에서도 그깟 사드배치따위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다. 어차피 중국정부 입장에서도 국제사회에서 자꾸 자신들의 입장만 곤란하게 만드는 불편한 이웃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기는 해야 했다. 바로 인접한 동맹국인 북한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 행세할 수는 없다. 결국 중국까지 나서서 북한핵문제만 완전히 해결되면 모든 것은 순리대로 풀리게 된다.


오히려 지나치게 강경일변도로 나가다가 외통수로 몰리게 된 것은 중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바마 정부 이래 트럼프 정부까지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견제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일본과의 과거사문제로 한국정부와 보조를 맞춰오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마저 어려워지게 생겼다. 북한핵문제와 연계되면 명분까지 한국과 미국에 있다. 어차피 한국과 미국이 합의하여 대중국 압박과 견제에 동참하게 된다면 이제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중국의 강경한 입장을 오히려 지렛대삼아 미국과의 관계개선과 그를 통한 대중국압박으로 되돌려주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탁월한 외교역량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 사이에 끼어 있지 않겠다. 더 강한 쪽에 서서 함께 압박하는 편에 서겠다. 완벽한 반객위주다.


결국 이달초 예정되어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모든 것이 걸려있다 봐도 좋을 것이다. 푸틴과의 정상회담마저 상당한 성과를 낸다면 - 어쩌면 트럼프와 푸틴의 우호적인 관계가 북한핵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어 줄 수 있다. 뜻밖에 아주 일찍 북한의 전향적인 입장변화로 인해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적으로 상당히 궁지에 몰려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도 돌파구는 필요하다. 강대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북한도 더이상 지금처럼 뻗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차피 북한이 원하는 것도 미국과의 협상이다. 미국이 한국을 앞세우면 한국과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나마 미국보다는 한국이 더 만만하기도 하다. 과연 만만할까는 지금가지 보아온 대로 실제 협상에 임해봐야 알 일일 테지만.


한 마디로 시진핑의 전략실패다. 너무 문재인 정부를 물로 봤다. 온건해 보인다고 만만하게 봤다. 한국 진보정치인들이 미국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너무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었다. 문재인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박근혜와는 차원이 다른 인간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마주 미사일발사 훈련을 명령하며 압박에 나서는 것이 바로 지금의 문재인 정부인 것이다. 사람 좋다고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줄타기가 안되면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 괜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 대한민국에는 그럴 유용한 수단이 가까이 있었다. 더 힘센 놈이 있으면 그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것이다. 당연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