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것 역시 북한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당시 양국의 정상이 만나기도 하고 실무자들이 수도 없이 서로 접촉하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행동을 했었는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미사일발사에 핵실험에 꼭 참여정부에 불리한 행동만 일삼고 있었다. 하필 타이밍이 그래서 참여정부에 대한 압박이나 혹은 길들이기였는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놈들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


북한과의 대화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국내정치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아무리 북한과 대화를 하고 구체적인 협의를 하더라도 결국 국내정치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문재인 자신도 지난 총선기간 선거운동을 하며 선언한 바 있었다. 이번에는 오래가는 정부를 만들겠다. 다시는 정권을 내주지 않도록 강한 정부 강한 여당을 만들겠다. 그러자면 북한 역시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해 관리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엇박자를 낼 경우 여러가지로 곤란해지는 한계도 경험한 바 있었다. 결국 핵심은 미국이다. 북한 역시 북미를 말하지 북남을 말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동의해야만 속도도 내고 확실한 효과도 낼 수 있다. 미국이 바라는 것은 같은 민족간의 온정적인 대화가 아닌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관계다. 미국의 입장에 충실하게 미국의 전략 안에서 최대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한다.


개인적으로 북한과 당장 대화에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 초기에 저리 미사일을 날려대며 선물도 훌륭하게 보내는 북한을 그냥 여느 인정으로 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개인의 정의나 인정과는 별개로 수천만 국민의 이익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 또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대화를 하려 하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먼저 성의를 보이라. 당연해서 더이상 더할 말도 없다. 공은 이제 북한에게로 넘어갔다.


확실히 참여정부와는 다르다. 참여정부를 통해 청와대에 있으면서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았는지 매 걸음마다 그 처절한 반성이 느껴진다. 야당을 대하는 것도, 미국을 대하는 것도, 북한을 대하는 것도 모두 그 반성이 담겨 있다. 야당에 섣불리 양보하다가 참여정부가 결국 어떤 처지로 내몰렸었는가. 영리하다기에는 그저 자기가 깨달은 바를 묵묵히 실천에 옮기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기대가 갈수록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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