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북한과 대화라는 것을 하게 된 상황을 가정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물론 대화를 앞두고서 북한이 요구한다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군사훈련도 필요하다면 뒤로 미루고, 국제회의에서도 최대한 북한의 편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양보할 수 없는 한계란 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무작정 떼를 쓴다면 그마저도 모두 들어주어야 하는 것인가.


지금 야당이 현정부의 인사에 대해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는 이유는 결국 하나다. 막 출범한 새로운 정부를 야당의 힘으로 굴복시키는 것이다. 처음이 어렵다. 하지만 일단 한 번 되면 두 번도 될 수 있고, 세 번 네 번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저번에는 됐는데 왜 이번에는 안되는가? 앞서 인사는 우리 뜻대로 사퇴시켰는데 이번 인사는 어째서 안되는가? 인사만이 아니다. 여러 개혁입법이라든지 추경예산이라든지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반대하며 다수인 야당의 힘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여소야대라고 하는 의회구도로 인해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정부가 되어 버린다.


정부의 지지율이라도 낮으면 한 번 타협을 시도해 볼 만도 하다.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이 그렇게 큰 결격사유를 가졌다면 어쩔 수 없이 양보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현재 문제가 된 인사들도 그렇게 치명적이라 할 만한 결격사유를 보이지 않는다. 누가 보더라도 이건 반대를 위한 반대다.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다. 특히 주지지층의 기대와 배치되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게는 시간이 독이라 할 수 있다. 이대로 마냥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춰 정부에 반대하는 모습만 보였다가는 그나마 있는 지지층마저 모두 떨어져나갈지 모른다. 괜한 단서를 붙여 정부에 명분을 달라 요구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정부 하자는대로 다 따라갔다가는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이기는 싸움이다. 이미 이겨놓고 하는 싸움이다. 이대로 시간만 보내고 있어도 정부와 여당은 야당에 이길 수밖에 없다. 굳이 청와대가 임명강행을 말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곧 한미정상회담이 있다. 외교부장관없이 치르는 한미정상회담은 정부와 여당에게도 부담이지만 외교부장관의 임명을 반대해 온 야당에게도 부담이다. 몇 가지 퇴로는 만들어두되 장관임명이라는 주전선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서 우위를 잡으면 이후 정국의 주도권은 정부와 여당이 쥔다. 여당 안에서 별다른 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현정부를 자신들의 정부라 여기는 순간 지금 자신들이 해야 할 최선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정부와 여당에 힘을 싣고 승리의 결실을 나눈다.


이후의 다음 총선까지 3년을 둔 싸움인 것이다. 앞으로 3년 동안 5개 정당이 여소야대로 의석을 나눠가진 상황에서 누가 정국의 주도권을 가질 것인가. 이후 누구의 의도대로 국정이 이루어질 것인가. 청와대 뿐만 아니라 의회에서도 누가 더 주도권을 가지고 개혁법안을 통과시킬지도 이 싸움을 통해 결정된다. 누구보다 대통령 문재인이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참여정부 당시 출범 초반 어설픈 양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에 대해서. 대통령과 정부가 가진 힘을 잘 몰랐었다. 역설적으로 이명박과 박근혜가 대통령과 청와대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너무나 잘 각인시켜 주었었다. 정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한다. 할 수 있는 일들만 한다. 그것만으로 정부는 이길 수밖에 없다.


언론이 문제이기는 하다. 특히 야권으로 분류되던 언론들이 다시 야권으로 가버렸다. 한겨레는 원래 국민의당 기관지였다. 경향신문은 그냥 권력을 비판하는데 존재의의를 가지고 있었다. JTBC는 언론 자신을 위한 언론임을 자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언론의 보도와 상관없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한다면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아직 80%가 넘는 국민들이 현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그냥 인사문제가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인사문제였는데 저들이 이것을 이후 정권의 명운을 건 싸움으로 만들어 버렸다. 양보할 수 없는 싸움으로 만들고 양보를 강요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양보하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이 이기는 싸움이기도 하다.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시간은 결코 야당의 편이 아닐 테니까. 불필요한 싸움이 어쩌면 저들의 자충수로 끝나게 될 지 모른다. 원래 이기는 싸움이다.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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