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예상했었다. 어차피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이라 크게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개혁에 동반되는 각 분야의 저항을 고려해서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만 무리하지 않고 성과를 내려 할 것이다. 다만 전제는 여소야대에서도 대통령의 재량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되고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에 대해 너무나 큰 착각과 오해들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확실히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이 맞다. 잊고 있었다. 2007년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대운하같은 터무니없는 공약들에 대해 지적하자 지지자들은 일단 당선부터 시키고 반대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데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그렇게 마음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래서 내가 반박하며 했던 말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되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상 대통령에 당선되면 국민이 아무리 여론으로 압박해도 하고자 하는 의지를 되돌리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국민이 여론으로 압박해서 들어주면 상관없겠지만 무시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서 과거처럼 목숨걸고 호적에 빨간줄 그어가며 대통령에게 반대할 것인가?


워낙 이전 대통령이 - 자격을 박탈당했지만 - 하는 일 없이 노는 꼬라지만 보고 있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이전 대통령도 참 못할 짓들에 대해서는 법이 정한 - 심지어 헌법마저 무시해가며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은 거의 제안없이 해내고 있었다. 바른정당에 대해서 지금도 보는 눈이 곱지 않은 이유다. 그놈들이 옆에서 돕지 않았다면 박근혜가 그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을까? 안하려고 해서다. 하려고 하지 않아서다. 그래서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지금까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 했던 일들은 모두 대통령의 권한만으로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지난 일주일이 사이다같은 뉴스로 빼곡이 들어찬다. 그런 게 되겠냐 하는 일들부터, 그게 그리 쉽겠냐 하는 일들까지. 논란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그 전에 대통령이 결심하면 바로 결과로 나타난다. 이래서 정권을 잡으려 하는구나. 이래서 그렇게 대통령 하나 내려고 그토록 각 진영이 하나로 단결하는구나. 그보다 더 과감하게 더 많은 일들을 현실로 이루어낸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주저없이 행동으로 옮긴다. 대통령이 되어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


매일매일이 이적과 같다. 사실 대부분은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일들이 아니다. 크게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항상 뉴스를 보면서 기분좋은 것은 그것들이 바로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닌데도 비뚜러져 있던 것을 바로잡았을 때 느끼는 쾌감 이상이다. 그동안 느꼈던 불만과 분노와 원망들이 눈녹듯 사라져간다. 나라다운 나라란 진짜 솔직하고 정직한 선거구호였다.


물론 앞으로는 지금처럼은 못하도록 헌법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그동안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그 수많은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났던 것이었다. 견제조차 할 수 없었다. 하고 싶으면 모두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사이다는 문재인 하나로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반례로 삼는다. 대통령 하나로 인해 나라가 휙휙 바뀌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그것이 시스템이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다. 또 하나 사이다를 기대해 본다. 좋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