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역사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나름대로 주군을 위해 많은 일을 했고 공도 많이 세웠다. 그 과정에서 희생도 있었다. 그런데 주군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래도 주군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오롯이 다른 마음을 품지 않고 노력할 수 있었다. 문제는 충성의 대상인 그 주군이 사라지고 나서다.


주군이 사라지고 남아있는 혈족과 가신들을 돌아본다. 혈족들이야 그저 피로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하는 일 없이 특혜만 받아온 밥버러지들이다. 주군의 오랜 친구이자 동지라는 사람을 보니 정작 저 사람은 중요한 때 뒤로 물러나 있지 않았는가. 가신들에게 인망을 얻고 있는 또다른 동료를 보고 있으면 저보다는 내가 먼저였고 더 많은 일을 했었다. 하긴 그래서 과거 어느 기자에게 안희정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어째서 친노들이 내가 아닌 유시민을 지지하는 거에요?"


실패란 것을 크게 경험해보지 않았다. 실패를 경험했어도 그마저 과정이라 여겨왔었다. 자기가 그만한 그릇이 된다 생각해 왔었다. 자기에게 그만한 능력과 인망이 있다 스스로 판단해 왔었다. 지금에 와서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이번에야 말로 모두에게 이겨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싶다. 주군의 진정한 후계자는 바로 나다. 내가 아니라면 차라리 이따위 나라 다 망쳐버리고 말았다.


아마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떠오르는 장면이 하나나 둘 쯤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많은 일을 해왔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충분한 대가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아닐까? 진짜 누구 말처럼 미친 것이 아니라면.


선의로 해석한다. 안희정도 선의로 다 저러는 것이다. 안희정에게 남은 선의란 무엇일까? 그나마 안희정의 말에서 찾을 수 있는 선의는 오로지 둘, 김대중과 노무현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선의를 위해 과거의 동지에게 칼을 겨누는가. 혹시 그런 것은 아닐까? 물론 선의다. 선의같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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