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을 막다가 총맞아서 참군인의 표상이 됐던 정병주 특공사령관으로부터 제가 폭파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구요,

나중에 이제 제 1공수여단의 여단장이 아까 말씀하셨던 전두환 장군? 그때 그 반란군의 가장 우두머리였는데 제가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도 표창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앞문장과 뒷문장을 이어주는 것은 하나다. 바로 '반란군' 앞에 붙은 '그'. 반란군인데 무슨 반란군이냐? 12.12군사반란 당시 반란군이다. 자기에게 폭파 최우수상을 주었던 정병주 사령관을 부상입힌 바로 그 반란군이다. 그 반란군의 우두머리로부터도 표창을 받았다. 무슨 뜻이겠는가?


하다하다 차마 이런 것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확실히 우리나라 국어교육에 문제가 많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 그래도 번듯하게 사회적으로 성공까지 한 사람들이 이렇게 말뜻을 못알아먹어서야. 전혀 자랑이 아닌 서로 대비를 이루는 역설적인 두 가지 상황에 대한 회고랄까? 더구나 문재인 자신이 전두환 정권 시절 군사독재에 반대하다가 구금까지 당했었고 보면. 군생활 열심히 하다 보니 이런 일도 있었다.


비유하자면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다. 2차세계대전 참전군인이, 더구나 연합군 소속으로 싸웠던 프랑스 군인이 훗날 회고하면서 자기가 어릴 적 독일을 여행하다가 어떤 남자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가 히틀러였더라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필 훈장을 받았는데 훈장을 준 사람이 전두환이었다. 군사반란을 막다가 부상까지 당한 정병주장군으로부터도 상을 받았는데 역설적이게도 전두환으로부터도 상을 받았다.


물론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더 괘씸하다. 몰라서 넘어가는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다. 무지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정상참작은 될 수 있다. 그런데 뻔히 알면서도 선거를 위해 말의 앞뒤를 자르고 의미를 부여하여 사람들의 감정을 선동하려 한다. 더구나 그 대상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광주와 호남의 5.18유가족들이다. 다시 한 번 그들의 상처를 들쑤셔 그들의 원망과 분노를 한 사람에게 향하도록 하려 한다. 아무리 선거가 급하고 대통령이 좋기로서니 5.18유가족들의 한과 분노마저 그런 식으로 선동하여 이용하려 하는가. 누가 호남과 광주의 정신을 폄하하는가.


용서가 안되는 이유다. 그래도 혹시나 박영선이나 염동연 류의 그나마 중앙정치에서 안희정 자신보다 끗발이 있는 인사들에 휘둘리느라 그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되면 나라 안의 모든 이해주체들을 중심을 가지고 조율해야 할 텐데 이런 식으로 특정인사들에 휘둘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 말도 못한다. 진심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야권의 큰그릇이라 생각했는데 그저 권력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소인배에 속물이었을 줄이야. 더 위험하다. 주위에 휘둘리든 아니면 그것이 자신의 진실한 모습이든.


결국 믿는 건 언론이라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서라기보다 문재인이 싫어서 자신의 편을 들어줄 언론과 그밖의 정치권이다. 그리고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5.18유족들의 상처디ㅏ. 어찌되었든 잠시 염지와 양심을 저버리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유시민을 다시 불려와야 할까? 문재인 이후가 아직은 안보인다. 차차기라 여겼던 두 인간이 저 모양으로 바닥을 드러내서. 아니면 박원순도 괜찮다. 김부겸이 어떻게 나오는가 지켜본다. 이래서 역시 뭐라도 쥐어줘봐야 사람의 끝이 보인다. 호의로 보았던 내가 부끄럽다. 내가 더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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