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중 하나다. 대통령이 눈앞에 보이니 살짝 정신이 나갔거나, 아니면 주위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래서 먼저 적폐부터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마 친노의 직계라 할 수 있는 안희정의 측근에서 국민의당이 시작한 네거티브를 그대로 받아 선거에 써먹는 꼴을 보게 되다니. 이도저도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 할 수밖에.


확실히 군생활을 해보지 못한 탓에 군대에서의 표창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 전두환 정권 시절 대통령배 축구대회가 열렸다고 거기 우승한 팀들이 설마 전두환으로부터 직접 트로피를 받았다고 여기는 것인가. 아니 설사 전두환이 직접 시상식을 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두환의 군사독재와 무슨 상관인 것인가. 축구선수들은 단지 대회가 열렸기에 참가했을 뿐이고, 축구선수로서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두었기에 우승까지 하게 되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전두환이 아닌 다른 누구였다 하더라도 그들은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런데 전두환이 광주에서 학살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축구선수로서 자신의 노력과 실력을 증명한 우승트로피까지 버려야 하는가.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아니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군대에서 여단장 이름으로 표창한다고 여단장이 직접 해당병사를 부르거나 혹은 찾아가서 상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해당부대장이 사단장을 대신해서 표창을 수여한다. 더구나 훈련을 잘해서 받은 상이다. 공수사령관이나 여단장이 개인적으로 호감이 있어 주는 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휘하장병 가운데 훈련성적이 우수한 병사가 있기에 정해진 내규에 따라 상을 수여한 것 뿐이다. 어차피 포상을 건의하는 것은 병사가 소속된 해당부대의 지휘관이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져 이름만 여단장의 이름을 빌려 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굳이 여단장이 전두환이 아니었어도 훈련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면 당연히 상을 준다. 정확히 여단장 개인의 이름을 빌려 여단 자체가 주는 상인 것이다. 상을 건의한 것도 함께 훈련을 받은 것도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한 부대원들일 텐데 단지 쓰여진 이름만을 문제삼아 거부했어야 하는 것인가. 그것도 4년 뒤에 일어날 일을 이유로?


일제강점기 어느 조선인 마라토너가 일본 천황의 이름을 앞세운 대회에 나가 입상하여 천황의 이름이 쓰여진 메달과 상장을 받았다. 그래서 천황의 이름이 있으니까 그 상을 거부하고 나중에도 부정해야만 하는 것인가. 하물며 이 경우는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을미사변이 일어나기도 전 일본에서 활동하다가 요직에 있던 이토 히로부미로부터 표창을 받은 것과 같은 상황인 것이다. 일본제국주의 조선침랙에 동의한 것도 아니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협력한 것도 더욱 아니고, 단지 자기가 잘해서 상을 받는데 하필 그곳이 일본이었고 시상자가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였다는 것이다. 그럴 때는 그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한 번 쓰게 웃고 넘어가면 되는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상을 받고서 나중에는 일본제국주의와 맞서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었다. 참고로 안중근 역시 불과 얼마전까지도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을 적극적으로 추종하고 지지하던 친일인사였다. 이것은 이것, 저것은 저것, 그것은 인과관계조차 아니다.


단지 군생활 열심히 한 것을 가지고 비난의 소재로 삼다니. 더구나 광주의 희생을 안타까워하면서 그 상처를 헤집는 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써먹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뭘 어쩌라는 것일까? 군대라는 곳이 자기가 가고 싶은 부대 있다고 마음대로 골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가기 싫은 부대가 있다고 부대배치를 거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에서 학살을 저지르기 몇 년 전의 일이기도 했다. 박정희가 아직 서슬퍼렇게 살아 있는데 전두환이 나중에 무엇을 어쩔지는 그 자신도 아직 감히 상상도 못하고 있었을 것이다. 가고 싶어서 간 군대도 아니고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억지로 끌려간 군대인데 그래도 나라를 지키는 의무이기에 성실히 수행한 결과에 대해 단지 부대장의 이름을 이유로 그리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그 지휘관이 전두환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광주의 상처를 들쑤셔야만 하는 것인가. 전두환의 이름을 원망하고 증오하라. 돌을 던지라. 분명 안희정은 포용과 화합을, 대연정을 이야기하고 있었을 터였다. 직접 당사자도 아니고 단지 이름이 거론되고 있을 뿐이다. 광주의 비극이 있기 몇 년 전에 전역했는데 어째서 다시 문재인의 군복무를 광주와 연결지어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이용하려 하는가.


불과 얼마전까지 나는 안희정을 무척 긍정적으로 보려 노력하고 있었다. 안희정만한 인물도 없다며 야권의 자산으로서 믿음과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선을 넘어간다. 그토록 다른 이들의 선의를 인정하고 포용과 관용으로 타협과 공존을 꾀하겠다면서 어째서 자기와 같은 당에 속한 문재인은 그러지 못하겠다는 것일까. 심지어 자기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지도부마저 비난하며 문재인의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에 대한 비난까지 무차별적으로 쏟아낸다. 타당한 것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다고는 안희정 자신도 자신하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의 부역자인 자유한국당과늰 연대할 수 있어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당원동지들과는 함께할 수 없다. 하긴 선거캠프 꾸린다고 받아들인 인간들이 거의 그 모양이다. 박영선과 그리고 염동연이라니.


참 권력이라는 게 요물은 요물인 모양이다. 평소 멀쩡하게만 보이던 인물도 권력 앞에 서면 이렇게 쉽게 자신을 잃어버린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 진짜 안희정의 본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애써 지켜온 가면이 권력이라는 유혹 앞에서 여지없이 벗겨져버린 것일지도. 주위의 부추김도 한 몫 한다. 원래 언론과 사이가 좋지 못한 문재인이다. 거의 모든 언론의 지원까지 받는다. 한겨례는 아예 여론조사까지 주도한다.


하다하다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다. 대한민국 육군병장으로 만기제대한 입장에서도 도대체 이게 뭐가 문제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통하니까. 통한다 자신하니까. 광주는 호남 주민들에게 아직도 너무 아픈 상처다. 단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슬프고 아픈 낫지 않는 상처다. 문재인만 잡으면 된다. 문재인만 거꾸러뜨리면 된다. 그것이 안희정이 생각하는 정치이고 권력인가. 내가 다 불쌍하다. 저런 놈을 믿었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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