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이승만 정권때도 그랬었다. 군인을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복지도 처우도 형편없었다. 대신 적당히 알아서 해먹으라. 그리고 그것은 만일의 경우 그들을 옭죌 올무가 될 수 있었다. 말 안 들으면 횡령과 비리로 너희들을 잡아넣겠다. 그러니 시키는대로 군말없이 따르라.


권력을 잡은 입장에서 아래가 적당히 썩어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자기가 당장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데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고, 그것을 위에서 잘 봐주고 있는데 괜히 다른 생각으로 위를 바꾸려 할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 그것을 빌미로 아랫놈들을 옭죌 수 있다. 그래서 독재권력에서는 항상 그런 공식화할 수 없는 부분들을 감시할 수 있는 비밀사찰조직이 존재해 왔다. 너희는 썩어라. 나는 사찰할 테니.


검찰이 국정원이라고 하면 꼼짝을 못하는 이유다. 검찰이 나라를 좀먹는 쥐새끼라면 국정원은 그것을 잡으라 청와대에서 기르는 고양이다. 물론 검찰이 원래 그러라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의한 권력이 검찰을 권력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검찰 역시 그들을 닮아가게 되었다. 검찰에게 주어진 공적인 권한들은 특권이 되었고 권력이 되었으며 부정한 권위가 되었다. 검찰이 되어서 크게 해먹지 못하는 것은 무능하고 멍청한 것이었다. 홍만표가 저지른 경악할만한 부정과 불법조차 정작 검찰들에게는 본받아야 할 기술이고 지혜로 여겨지는 이유였다.


권력이 먼저 그렇게 조장하기도 했다. 그래도 처음에는 나름대로 정의감도 있고 신념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것을 꺾고 권력을 위해서만 봉사하도록 만들 수 있겠는가. 당근을 제시하고 당연히 그들이 시키는 일처럼 그 당근도 부정한 것이기 쉬웠다. 적당히 정도가 아니어도 눈감아주며 그냥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약점 정도로 여겼다. 썩은 놈일수록 더 써먹기 쉽다. 그런 권력의 의도대로 그런 놈들만 검찰에 남아 높은 자리에 오르고 진짜 양심적인 검찰들은 일찌감치 옷을 벗어야 했다. 이를테면 진화론의 자연도태와 같다. 썩은 놈들은 남아서 더 썩어가고 멀쩡한 놈들은 알아서 도태된다. 검찰에 진짜 양심이란 것이 남아있었다면 우병우나 홍만표 같은 놈들을 검찰이 어떻게 여기고 있었겠는가.


바로 그것이 국정원이 검찰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빌미가 되는 것이다. 조금만 뒤져도 건질 것이 너무 많다. 살짝만 건드려도 앗뜨거라 지레 겁먹고 움츠릴만한 일들이 너무 많다. 결국 혼외자 이슈 하나로 검찰총장까지 날려 버렸다. 그나마 개중에 낫다는 검찰총장이 그렇다. 그리고 이제 그같은 사찰은 헌재까지 겨냥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데 판사들은 어떨까? 탄핵인용에 그다지 낙관하지 않게 되는 이유다. 한국사회는 부패가 능력이고 정직은 무능이다. 부정과 야합은 실력이고 지혜이며 양심과 신념은 성가신 똥고집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약점을 잡고 그들을 협박하고 있을까?


그래서 권위주의적인 권력은 안된다는 것이다. 술수로 유지되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사회구조 자체를 썩게 만든다. 일반 국민들까지 부정을 부러워하고 부패를 동경하게 만든다. 양심과 정의를 멸시하도록 만든다. 그러기를 벌써 수십년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마지막 발악이다. 하지만 그들이 수십년간 준비해 온 가장 최선의 수이기도 하다. 그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저들에 놀아날 것인가. 이기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과연 대한민국 사회에는 그럴 실력과 자격이 남아있는 것인가.


박근혜로서도 당황스러울 것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지금까지 상식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것들의 대한민국의 정의였다. 언론과 대중의 여론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 때의 바람으로 여길 수도 있다. 선택은 국민이 한다. 자신의 양심과 신념으로 한다. 한 편으로 역시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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