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오래전 어느 커뮤니티에서 글쓰며 놀고 있을 때였다. 나름 넴드였는데 꽤 공들인 글이 그날따라 최악의 조회수에 리플도 하나 없는 황당한 경우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솔직히 공황이 오더라. 왜지? 뭐지? 혹시 몰라 지우고 다시 올리고, 괜히 홍보글도 쓰고... 결론은 못쓴 글이다. 반성했다.


내가 지금에 와서 조회수나 방문자수에 그리 연연하지 않는 이유다. 리플접대도 않고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냥 나는 글을 쓰고 다른 사람은 찾아와 내 글을 읽는다. 읽을만 하면 읽고 리플 달고 싶으면 단다. 그건 그들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그것으로 끝이다. 선을 긋는다. 그러고 나니 확실히 편해진다. 대신 글쟁이치고 싸가지가 없어진다.


하다못해 인터넷에서 글질하는 것도 이렇다. 평균방문자수 5천이 넘어가던 블로그가 방문자수 200언저리로 떨어졌을 때 아, 망했구나. 하지만 그래도 깨달음이 있었기에 그러거니. 어차피 블로그로 먹고 사는 것도 아니다. 한때 유력한 대선주자였다. 지지율 20%를 넘나들며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남은 지지율이 겨우 한 줌도 채 되지 않는다. 아무도 자신을 유력한 대선주자로 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 돌아보면 박원순 시장은 실패란 거의 없이 성공한 삶을 살았던 경우다. 인권변호사로 시민사회단체를 이끌며 비주류의 삶을 살았던 것은 자신의 선택이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다지 돈과도 권력과도 상관없는 삶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그는 가장 주목받는 위치에서 모두를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시장.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초반에도 승승장구하며 말했던 것처럼 유력한 대선주자로 한때 문재인마저 넘어서고 있었다. 처음 겪는 실패이고 좌절이다. 자기보다 한참 아래 있던 사람들에게조차 추월당하고 자기 사람이라 여겼던 사람들에게도 버림받는다. 과연 자기 사람이었는가는 차치하고라도.


뭔가를 해야 한다. 아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떻게해서라도 자신의 실패를 되돌려야 한다. 자신의 좌절을 정상으로 되돌려야 한다. 자기의 탓이 아니다. 자기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일까.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기다린다는 선택지도 있다. 묵묵히 기다리며 다음을 기약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미련이 그마저 하지 못하게 만든다. 안달하며 조급해진다.


너무 배고파서 양잿물인지 똥물인지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라 보면 된다. 그것이 자기에게 유리할지 분리할지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지르고 덤비고 발버둥치고 그래도 안되면 다시 지르고 덤비고 발버둥친다. 전형적인 한 번의 실패로 스스로 무너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그것이 나락이라는 것도 모른다. 영영 다시 올라갈 길을 잃고 만다. 그러고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실패가 인간의 바닥을 드러낸다. 성공도 인간의 바닥을 드러낸다. 성공하고 오만하지 않기가 쉽지 않고, 실패하고도 좌절하지 않기도 쉽지 않다. 좌절하고 체념만 하면 차라리 나은데 섣부른 발버둥이 그나마 있던 것들마저 모두 잃게 만든다.


과연 박원순 시장에게 다음이 있을까. 이재명은 그나마 어느 정도 선을 지켜서 이쯤에서 멈추면 다음을 약속할 수 있다. 하지만 선을 너무 넘어 버렸다. 당원들 뿐만 아니라 중립적인 유권자가 보기에도 이건 너무 지나치다.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것이 진짜 자신이다. 서글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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