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집주인이다. 그런데 자기집을 남에게 세를 주었다. 어차피 다른 사람이 사는 집이고 세도 꼬박꼬박 받고 있으니 아예 그 집에 대해 신경을 끌까? 그래서 주인이라는 것이다. 세입자는 언젠가 나갈 사람이지만 집주인은 집이 팔리기까지 그 집을 소유할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자는 국민이다. 주권자로서 국민이 소수의 정치인에게 자신이 가진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고 국정을 맡겼다. 그렇다고 무슨 짓을 하든 아예 관심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을 주권자라 부를 수 있을까? 권력자는 언젠가 권좌에서 내려오지만 국민은 국가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


국민이 정치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며 살던 시대는 의외로 꽤 오래고 수도 없이 많았다. 이미 중국의 전설시대인 요임금의 치세에 임금이 하는 일이 무엇이냐며 노래하던 농민이 있었다. 나랏님이야 방귀를 뀌든 설사를 하든 어차피 상관없이 자기 일이나 하며 꼬박꼬박 세금을 내던 농민들이 있었다. 정확히는 그런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어디까지나 나라의 주권자는 군주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른바 한국 보수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다못해 조선시대에도 백성들이 들고일어나면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살피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바른 정치였었다. 그래서 때로 지역의 유지인 양반들이 백성들을 규합하여 조정에 불만을 전하고는 했었다. 백성들이 조정에 불만을 표한다고 그저 군사를 보내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고종같은 인간들이나 하던 짓이다. 역사상 민란이라 불리던 사건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런 과정을 거쳤었다. 백성이 나라의 주권자는 아니지만 군주에게는 주권자로서 나라의 구성원인 백성들을 보살필 책임이 있었다.


대통령이 뭔 짓을 하던 국민은 나서서 무어라 말해서는 안된다. 하야하라마라 요구해서는 안된다. 정치에 관심을 끊고 자기 일이나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보수인 것이다. 한국보수는 정치무관심자들이다. 권력이 썩어나든 뭐하든 그들은 자기 이익만을 챙긴다.


여전히 반복이다.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열심히 자기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의 삶을 위해서다. 자신의 행복과 가치를 위해서다. 주권자 이전에 이미 대한민국의 한 구성원이다. 무엇이 자신의 삶이고, 행복이고 가치인가. 자기가 썩었다고 남까지 썩으라 말해서는 안된다. 같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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