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사람이 자기란 존재를 의식한다는 자체가 인간이 가진 지성의 증거라 할 수 있다. 타인과 구분되는 자신의 존재를 독립적으로 인식하고 사고할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기에 그 과정이 때로 과장되게 여겨지는 때가 있다. 세상에 오로지 자기만 존재한다.


사실 인터넷에 글이나 쓰는 정도로도 그런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남들이 추켜주니 자기가 대단한 줄 안다. 자기가 대단히 영향력있는 의미있는 존재라 여긴다. 그래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괜히 그런 자신을 의식하며 글에도 허세가 깃든다. 별 것 없다. 대개는 그냥 브라우저 위에 떠있는 텍스트 몇 줄에 불과하다. 하물며 남들이 떠받들어주는데 익숙한 정치인일까.


박영선이 어떻게 저렇게 쭈그러진 신세가 되어 있는가 생각해 보면 결국은 같은 이유인 것이다. 추다르크라고 하니 진짜 자기가 무슨 구국의 영웅이라도 된 듯 여긴다. 당대표까지 되어 당원들의 지지까지 확인했으니 자기가 뭐든 다 이룰 수 있는 양 여긴다. 그러니 지금의 혼란스런 상황을 자기의 힘으로 한 번 돌파해 보겠다. 자신의 역량으로 한 번 야무지게 해결해 보겠다.


마속이 산으로 올가안 이유다. 마속보다 더 먼저 조괄 역시 산으로 올라가서 애꿎은 조나라 장정 40만만 생매장당하게 만들었다. 겸허해진다는 것은 다른 뜻이 아니다. 자기 아닌 다른 존재를 인식하는 것이다. 의식을 확장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자기 말고도 어쩌면 자기보다 더 훌륭한 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리더의 자질이다. 자기 이외에 아무도 없는데 리더가 될 수 있을 리 없다.


어쩌면 여성정치인들을 너무 과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너무 온실에서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성정치인 가운데 그런 경우가 많은 것은 아직 크게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그냥 헛발질이었다. 제 1야당의 대표이고, 그래도 당장의 혼란스런 상황을 정리할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으니 그 소명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리라. 자기의 실력을 보여주겠다. 자기의 존재를 증명해 보이겠다. 대개 실패는 거기서 시작된다. 참 우습게 되었다. 너무 높이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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