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제 1야당인 민주당이 대통령 탄핵에 대해 소극적인 것은 너무 당연하다. 원래 가진 것이 많을수록 그만큼 더 조심스러운 법이다. 당장 대선이 치러지면 가장 유력한 후보를 보유한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대선만 치르면 정권을 가져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이다. 그 앞에 불확실한 변수는 최소화하는 것이 옳다. 만에 하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지금의 흐름이 흐트러진다면 그것은 결코 민주당에 유리하지 못하다.


지금 당장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면 대통령이 물러난 다음 정권을 야당에서 가져오는 것이 중요한가. 탄핵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 입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충돌한다. 단 하루도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 차라리 박근혜를 조금 더 대통령으로 놔두더라도 정권교체는 이루어야겠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누가 더 옳은가가 아니다.


박근혜 1년 더 대통령으로 놔두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정권교체야 나중 문제더라도 박근혜같은 하자있는 대통령은 당장이라도 물러나게 해야 한다. 민주당이 소극적인 이유이고 오히려 여권에서 탄핵을 강하게 요구하며 나서는 이유다. 재미있는 것은 그러면서 그 책임을 온전히 민주당과 문재인에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기술이다. 정의는 단지 그 기술로써 쟁취해야 할 목표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국민의 의지가 있다. 국민의 여론이 힘이 된다. 정치를 하면서 절대 믿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여론이라는 것이다. 2007년에도 그랬다. 이명박 당선시키고서 국민이 반대하면 어차피 국민이 바라지 않는 정치는 하지 못할 것이다. 이명박의 공약도 제대로 보지 않고서 나쁜 것이면 국민이 여론으로 반대하면 된다. 권력의 속성에 무지하다. 그리고 국민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국민 믿고 정치하면 망한다.


섣부른 정의감으로 정치하다 망한 경우를 수도 없이 보았다. 교활해야 하고 영리해야 한다. 때로 뻔뻔해져야 한다. 가장 우선해야 할 목표가 무엇인가. 가장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목표는 또 무엇인가. 정권을 가진 쪽이 모든 것을 다 이룰 수 있다. 진짜는 권력에 있다. 정치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그것을 전혀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무지가 죄가 된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믿지 않는다. 국민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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