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는 1992년 박찬종서부터 이인제, 문국현, 그리고 안철수까지 많은 유권자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새로운 인물에 열광하며 표를 주었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의 정치권들을 인정할 수 없으니 새로운 인물들이 정치를 바꿔달라. 사회를 이 모양으로 만든 것이 바로 정치인들일 것이기에 전혀 새로운 인물들로 하여금 그들과 다른 정치로 모든 것을 바꿔 달라. 호남을 제외하고 안철수가 가진 지지율의 비밀이었다.


이재명은 분명 제도권 정치인이 아니다. 국회의원도 한 번 해 본 적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성남시장이 되어 나타났고 박근혜 정부가 실정을 할 때마다 그 반대편에서 끊임없이 이슈를 이끌었다. 성남시민은 몰라도 불과 몇 년 전까지 이재명은 들어본 적 없는 전혀 생소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물이 심지어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며 정부와 여당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있었다. 정치적인 계산 없이 들려주는 날카로운 화법 역시 듣는 이를 통쾌하게 만들어준다. 문재인과도 서슴없이 각을 세우는 이 인물이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이재명의 지지율 상승이 안철수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이유다. 이재명을 지지하는 이유와 안철수를 지지했던 이유가 사실상 거의 같다. 반기문을 지지하는 이유 역시 원래는 거의 같았다. 반기문이 새누리에 더 가까워지며 야권 성향의 중도층이 새로운 인물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가진 것 없는 빈털덜이가 어느새 누구나 원하는 보물을 그것도 여럿을 가지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재명은 분명 이제까지와 다른 지지층을 가지는 민주당의 대선후보다.


아무튼 재미있어졌다. 이재명이 야권 중도층의 외연을 차단하고, 반기문은 여권 중도층의 외연을 차단한다. 사실상 지금 안철수가 누리는 지지율 10%가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지지율의 상한이기 쉬울 것이다. 만일 지금의 지지율이 고착화될 경우 다음 대선에서 국민의당 내부에 변화는 없을 지. 4년 뒤에도 안철수를 볼 수 있을까 시험대에 서게 되었다. 이재명은 또 어디까지 커나갈지. 요즘 주목하는 인물이다. 가장 시원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