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서 유튜브로 지난 라디오 방송을 듣는데 정말 웃긴다. 바로 지지난주였나? 유시민 이사장이 김경록PB와의 인터뷰를 알릴레오의 라이브 알라뷰를 통해 공개했을 당시 한겨레 역시 검찰을 통해 녹취록을 넘겨받아 그를 공격하는 기사를 냈던 바 있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그 내용까지 대부분 언론들이 거의 동일했었다. 유시민 이사장이 의도적으로 인터뷰 내용을 편집해서 불리한 내용을 누락한 채 내보냈다. 그리고 같은 라디오방송에서 김완 기자는 자사가 보도한 내용을 근거로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 '악의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어제 같은 김완 기자가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발 보도를 받아쓰는 언론의 관행을 비판하고 있었다. 왜일까?

 

아마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일부러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언론이 권력과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할 때 누가 그들의 편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었는지. 아마 KBS의 성재호나 김귀수, 혹은 말끝마다 파업을 통해 정상을 되찾았다며 KBS를 변호하는 말을 쏟아내는 기레기들은 그 모든 것이 검찰, 특히 윤석열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 덕분에 이렇게 자신들이 제자리를 찾았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유시민 이사장이 자신들의 잘못된 보도를 비판했을 때 바로 쪼르르 달려가 검찰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정작 KBS 구성원들이 이대로는 안된다며 파업하고 거리로 나섰을 때 함께 거리로 나서고 여론을 만들어 힘을 실어주었던 것은 일반 시민들이었다. 바로 그들이 문빠네 파시즘이네 거침없이 모욕하는 바로 그들이었다.

 

비로소 윤석열 검찰총장으로부터 자사의 하어영 기자가 고소당하고, 더구나 검찰총장의 고소를 받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침묵하는 다른 언론들을 보며 한겨레도 깨닫게 된 모양이다. 아니 그냥 편리하니까 쓰레기통에 쳐박아 두었던 그것을 다시 먼지까지 후후 불어가며 끄집어내게 된 것이었다. 언론의 자유는 지켜져야 한다.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가치이며 시민의 가치다. 하지만 시민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원래는 꽤나 크게 이슈가 되었어야 하지만 정치권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여론은 그렇게 크게 뜨겁게 일어나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그동안 한겨레가 언론으로서 어떻게 보도해 왔는가 모두가 지켜보았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발 보도를 그대로 받아쓰기 위해 편집국까지 날려버린 그들의 과감함과 용기를 이미 모두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이제 와서 검찰의 수사를 받는다며 시민의 도움을 요청한다? 누가 기꺼이 그들의 편에 서려 할까?

 

그러니까 김완 기레기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검찰발 기사로 유시민을 공격하더니 검찰발 보도를 그대로 믿고 받아쓰는 언론의 관행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자기들은 아니었던 것처럼. 자기들은 그런 적 없는 것처럼. 원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보도 역시 검찰발로 받아서 썼던 것이었다. 당연한 것이 당시 검찰 말고 사실을 알았던 비검찰 조사위원 가운데 그 사실을 한겨레에 전한 적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 기사의 소스가 누구에게서 나왔겠는가. 하필 유시민 이사장이 김경록PB의 인터뷰를 내보내며 검언유착의 정황을 폭로한 다음날 이슈를 묻으려는 듯 바로 터져나왔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아닌 척 하는 것은 결국 자기가 아쉽기 때문인 것이다. 한겨레가 아쉬우니 이제와서라도 시민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아닌 척 연기를 하는 것이다. MBC가 뒤늦게라도 자세를 바꾸며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라도 시민들이 여론을 움직여 검찰을 압박해주지 않을까. 그런데 검찰의 부당한 수사관행을 비판하기 위해 서초동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한겨레는 어떤 기사들을 내놓았을까? 정말 역겹지 않은가.

 

물론 조국 전장관을 지지해서 모인 시민들이 시민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와는 입장이 다른, 심지어 정 반대 입장에 있는 이들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 힘겨운 싸움을 하며 어려움을 호소했을 때 그들의 편에서 기꺼이 함께 싸우고자 했던 시민들은 어디의 누구였는가. 부당한 것을 알면서도 나서기를 꺼려하여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다수의 소극적인 대중들이 아니다. 당연히 언론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리와 가치를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이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의하고 부당한 일을 보면 맞서 싸우기를 꺼려하지 않고 함께 행동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편향적이네 극단적이네 하는 언론의 비판조차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었기에 권력이 언론까지 장악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그들과 함께 싸워 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누구였는가 묻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과의 힘겨운 싸움이 끝나고 난 뒤 언론은 그들을 어떻게 대우해 왔는가.

 

모르긴 몰라도 다시 KBS 기자들이 잡혀가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대부분 시민들은 더이상 그들의 편에 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긴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아마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당장 같은 언론인이 검찰총장에 의해 고소당한 상황에서 KBS가 하는 행동들을 보라. 유시민 이사장에 대해서는 그리 강경하던 KBS 기자협회가, 아니 전 언론의 기자협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었다. 민주당은 그래도 된다. 대통령은 그래도 된다. 하지만 검찰총장에게는 그러면 안된다. 과거 박근혜나 이명박에게도 단 한 번도 그래 본 적이 없었다. 차라리 그 시절을 더 그리워 하고 있지 않을까. 다만 저 앞에 밥그릇이 있으니 그를 위해 권력과 싸우는 양 명분을 앞세웠을 뿐이었다. 차라리 그 말이 옳다. 지금 그들이 보이는 행동이 그를 증명해준다.

 

그래도 MBC와 한겨레는 다르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한겨레는 달리 비판도 하는 것일 게다. 경향일보는 굳이 비판할 가치도 없다. 그것들은 이미 자신들의 정체성을 조중동의 그것과 같이 정의해 버렸다. 말로 해서 정의가 아니다. 행동으로 하는 정의다. KBS 역시 그들과 전혀 다르지 않지만 공영방송이라는 이유만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렇다고 과연 한겨레를 위해 시민들이 직접 발벗고 나설 이유가 있을까. 그럴 필요가 없을 때 한겨레가 그들을 향해 쏟아낸 모욕과 저주와 비난과 조롱을 모두 기억한다. 바로 몇 주 사이에 쉽게 말을 바꾸는 저들의 얄팍함을 지금도 보고 있다. 그들은 과연 시민이 나서서 지켜야 할 만큼 언론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인가. 알아서 하라는 이유다. 검찰에 엎드려 사정하는, 자유한국당에 눈물로 호소하든, 아니면 자기들이 이유로 삼았던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든. 나는 모른다. 망하든 말든, 뒈지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자신들이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 그렇게 입증해 보였다.

 

이번 조국 정국을 통해 확인했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내가 현명했다. 나는 MBC 파업에서는 기자들의 편에 섰었지만 KBS 파업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했었다. 정연주 사장이 이명박 정권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고 있을 당시 앞장서서 정연주 사장을 나가라 압박하던 당시 KBS 구성원들의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과 달리 KBS는 자신들의 의지로 권력의 주구로 돌아갔던 경우였다. 언론의 자유란 그런 점에서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지금 언론들에 그 자유를 누릴만한 자격이 있는 것인가. 차라리 검찰의 개가 되기 위한 자유라면 이해하겠다. 검찰이 선이고 검찰이 정의다. 심지어 윤석열 총장과 연루되니 계엄령 보도마저 뒤로 미루거나 아예 빼고 있다. 언론의 현실이다. 너무나 처참한.

 

아무튼 한참을 웃었다. 바로 지지난주 그 방송을 보면서 나는 김완 기자를 비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레 말을 바꾸며 검찰의 일방적인 정보누설을 비판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그저 웃을 수밖에. 과연 선배들은 지금의 이런 한겨레를 바라고 그리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고 직접 발로 뛰며 구독을 권유했던 것일까. 하긴 그러던 선배들 가운데 지금 오히려 자유한국당에 더 가깝게 있는 이들도 적지 않기는 하다. 살아있는 건 모두 세월과 함께 변해가는 것이니까. 창피한 것도 모른다. 지금 자기가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새삼 언론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언론은 한 번 망해야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이다. 언론에 자유란 아직 너무 버겁다. 우습게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