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관용에는 관용이 없다. 불관용이란 배제다. 부정이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관용이란 인정인데 그 전제를 부정한다.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인정한다. 완벽한 자기부정이다. 관용이 없는 것을 관용한다. 이미 그곳에 관용은 없다.


정확히 해야 한다. 일베를 불관용하는 것이다. 일베의 불관용에 대해 불관용하려는 것이다. 일베가 그동안 보여준 혐오와 증오, 차별에 대해 거부하는 것이다. 다양성을 위해서다. 사회의 다양성을 구성하는 소수자, 약자들을 위해서다. 사회적 배려가 없으면 자신의 존재를 지키기도 버거운 소외된 이들을 위해서다. 차라리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고 주장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대신 주장한다. 그러지 마라.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큰 상처를 입는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냥 말이지만 존재 자체가 죄이기라도 한 양 항상 주위를 의식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들에게는 몇 배나 크게 생살을 헤집는 칼이 되어 날아와 박힌다. 아무리 말도 안되는 비난이라 할지라도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사회적으로 너무 불리한 위치에 있다. 아예 못하게 한다. 다른 이를 상처줄 수 있는 행위들을 아예 못하도록 막는다. 법이 못한다면 구성원 스스로 나서서 그러도록 만든다. 최소한 자신이 일베임을 드러내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도록. 일베의 논리를 밖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고 삼가게끔.


착각해서는 안된다. 억압받는 소수가 아니다. 이미 저들 스스로가 타인을 억압하는 다수다. 더 큰 다수 앞에 소수가 되지만 이전에 그들은 다수로서 소수를 공격하고 모욕한 바 있다. 별개가 아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명백한 범죄라서 법으로 처벌할 수 없기에 대중이 스스로 나서서 경계하고자 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 저들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울타리를 친다.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다. 이 안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살고 있다.


너무 똑똑해서 본질을 잊는다. 아마 너무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사소한 것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다양성은 중요하다. 관용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를 위해서는 다양성과 관용을 해체는 요소들에 대한 주의와 경계가 필요하다. 불관용에는 관용이 없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타인의 조각품을 임의로 부수는 것은 분명 범죄다. 그러나 그 조각품이 상징하는 것이 사회적 혐오와 증오라면 그것을 배제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정의롭다. 법과 도덕은 하나가 아니다. 불의에 대한 분노는 정당하다. 잘못은 했지만 잘못하지 않았다. 딱 떨어지는 것은 없다.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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