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먹고 살기 편하면 그게 서민이겠는가? 장사가 잘되면 그게 중소상공인이겠는가? 


먹고 사는데 어려움 없으면 이미 중산층 이상이다. 아니 물어보면 아마 변호사니 의사니 회계사니 하는 이들도 각자 자기만의 어려움을 토로할 것이다.


중소상공인도 마찬가지다. 장사가 잘돼서 돈이 쏟아지면 이미 중소상인이 아니다. 일감이 많아서 매일이 분주하면 당장 직원도 늘리고 공장규모도 키워야 한다. 중소기업은 중견기업이 된다.


웃기는 게 정작 중소상인들을 위해서 카드수수료를 낮추면 그보다 더 걱정하는 것이 대기업인 카드회사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할 때 혹시라도 부당하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공정한 계약을 유도하려 하면 대기업이 입게 될 손해부터 걱정하고 있다. 뭔 말이냐면 어차피 저들이 중소상공인을 앞세우는 것도 정작 그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서는 아니라는 뜻이다.


어차피 서민이 살기 좋았던 시절은 없었다. 박정희 때는 서민이 살기 좋았을까? 전두환이나 노태우 때는 어땠을까? 김영삼이든 김대중이든 노무현이든 항상 서민들의 삶은 어려웠었다. 말했지 않은가. 어떤 이유로든 삶이 펴지면 더이상 그들은 서민이 아니라고. 아무리 잘나갔어도 한 순간 추락하면 그들은 서민이 된다. 서민이란 특정한 개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서민이 성공하면 서민이 아니게 되고, 서민이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추락하면 서민이 된다. 그것이 바로 서민의 의미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서민들도 열심히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임금소득이 아무리 늘어봐야 자본소득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일해서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 누구의 잘못인가?


작은 공방을 꾸리다가 일약 성공해서 기업을 이끌면 사장이라 불리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견기업을 이끌다가 한 순간 삐끗해서 작은 공방 하나 겨우 빚더미에 올라 꾸려가는 형편이면 역시나 중소상공인이라 불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작은 가게 하나 가지고, 작은 공방 하나 가지고 직원도 많아야 하나나 둘, 대부분 가족끼리 운영하는 그들의 형편이 과연 언제는 좋았었는가? 형편이 여전히 좋지 않으니 그들은 중소상공인인 것이고, 그렇게 매출이 형편없이 낮으면 영세중소기업인 것이다. 그러면 그들의 삶과 그들의 형편이 어느 순간 갑자기 그렇게 전락해 버린 것인가?


지난 정부에서 큰 기업 몇 개가 휘청이다 넘어간 것을 기억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으로 특히 고용이 많은 조선업에 타격이 컸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GM의 몽니로 지역경제에 심각한 피해가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이상 생산현장에서 전처럼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 제법 되었다. 기술이 더 발전한 만큼 고용도 그만큼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이 아무리 투자해도 투자한 만큼 고용이 늘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기사들도 그래서 벌써 몇 년 전부터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경기가 안좋은 원인이 무엇인가?


편의점이 야간에 문을 닫는다고 정부탓을 하는데 벌써 몇 년 전부터 입지를 고려치 않은 편의점의 과밀한 입점으로 인해 피해보는 편의점주에 대한 여론들이 있어 왔었다. 나 역시 잠시 실업자가 되었을 때 편의점 알바나 해 볼까 찾아가서 야간에 하루 일해 본 적이 있었다. 야간 매출이 농담 아니고 10만원이 채 안되었다. 가만 보니 걸어서 20분 거리에 편의점이 세 개나 있었다. 지금 사는 동네에도 걸어서 20분 거리 안에 편의점이 7개가 있다. 도대체 밤 늦게 뭔가를 사야 할 일이 얼마나 많길래 이렇게 많은 편의점이 들어선 것일까? 그래서 장사도 되지 않는데 위약금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빚까지 내가며 야간영업을 하던 편의점들을 이번 정부 들어서 야간에는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정책을 편 바 있었다. 그래서 야간에 문을 닫는 것이 문제인가? 야간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이 문제였는가? 그런 점을 지적하는 언론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신문 제호에 '경제'씩이나 붙어 있는 언론들이다.


그냥 같잖은 것이다. 그래서 종이에 미안한 짓이라 말하곤 한다. 나무에 죄를 짓는 것이다. 후손들에 죄를 짓는 것이다. 저것들이 썩으며 그동안 환경에 끼칠 해악이 도대체 얼마인가.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자칭 진보언론들조차 그런 부분을 지적하며 정부의 편에서 기사를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평소 주장이나 신념과 일치해도 차마 정부를 지지하는 기사는 쓸 수 없다는 나름의 고집이었을까?


그동안 최소 10년의 시간을 두고 언론들이 경제에 대해 어떻게 보도해왔는가를 차근히 떠올려 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얼마나 이들 언론들이 중심도 일관성도 없이 기사들을 쏟아내는가. 아니 일관성은 있다. 저들이 서민을 들먹일 때. 중소상공인을 들먹일 때. 나라경제를 걱정할 때. 그러나 정작 그들이 진정 위하고 진정 걱정하는 것은 누구이고 무엇인가?


그러면 평생 서민이었던 입장에서 가장 살기 좋았던 것은 언제였는가? 나로서는 지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둬도 무슨 일을 하든 최소한의 생활은 될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일종의 자신감이다. 굳이 먹고 살기 위해 지금 하는 일에 얽매일 필요 없이 더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그래서 최근 젊은 친구들이 많이 그만뒀다. 어디가서 뭘 해도 이 만큼은 받는다. 이게 참 무서운 것이다. 일을 해도 생활이 되지 않으면 알량한 돈에도 쉽게 자신의 존엄과 미래까지 팔아넘기고는 한다.


아무튼 언론의 보도를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다. 가만 보고 있으면 서민이든 중소상공인이든 돈걱정없이 현실에 대한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살던 낙원같던 시절이 있었던 것만 같다. 그렇게 착각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게 문재인 정권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시절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어느 시대에든 삶이 팍팍한 서민은 있었고 중소상공인들은 오늘 하루 매출을 걱정해야만 했었다. 넘어가는 것이 오히려 더 문제라 여겨야 하는 것일까?


누구 말마따나 한국 언론의 경제기사는 무속인의 그것에 더 가깝다 해야 할 것이다. 진짜 불쏘시개로도 못 쓸 쓰레기들일 것이다. 매번 볼 때마다 헛웃음을 터뜨린다. 이런 것들도 언론이다. 기레기라는 말도 칭찬이다. 정말 잘하고 있다. 진짜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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