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 어느 회사의 경우 부서에 따라 인사관리를 따로 하기도 한다. 주로 기술직이 여기에 속하는데 진급도 따로 하고 급여수준도 다르다. 어차피 다른 부서로 옮겨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진급에도 한계가 있다. 이를테면 연차도 오래 되어 내부적으로 차장대우를 해주지만 회사에서는 여전히 과장으로 남아있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그냥 노는 물이 다르다.


최근 공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논란이 된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은 정규직들이 하기 꺼려하는 일들을 도맡아 온 사람들이다. 이를테면 주방에서 조리를 한다거나, 아니면 건물청소를 한다거나, 시설관리를 한다거나, 혹은 경비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사람들이 정규직이 되었다고 다른 공채직원들과 같은 직급을 받고 진급을 경쟁하며 급여수준까지 같아질 수 있을 것인가. 자기들은 정규직이니 차장, 부장, 잘하면 임원까지도 노려 볼 수 있을 테고, 그에 따른 높은 급여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그런 직군들에게 정규직이란 고용의 안정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불만이다.


"저런 천한 것들이 나와 같은 정규직이 되었다."


그냥 공부도 안한 게으른 것들이 자기와 같은 정규직 소리를 듣는 것이 싫은 것이다. 정규직은 신분이니까. 자기가 저들과 다르다는 구분이고 증거니까. 내가 그만큼 저들보다 열심히 노력했고 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러니까 아무리 정규직 좋다고 기껏 경비나 주방보조하려고 밤새 공부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어차피 한계도 명확한 일 거기에 무슨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며 노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만 회사에서 필요로하고 상시고용하는 인원이니 기왕이면 고용도 보장할 겸 정규직으로 고용하자. 그런데 그 정규직이라는 말이 싫다.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신분사회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법고시의 존치를 주장하는 사람들 다수도 신분상승을 이유로 삼고 있었다. 법조인이 되면 비법조인과 신분이 달라지는 것이다. 법조인이 되는 것만으로도 신분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판사새끼들이 저 지랄 중 아닌가. 검사새끼들도 그동안 그 지랄을 해왔던 것이다. 자기들은 보통사람들과는 다르니까. 다른 신분이므로 다른 원칙과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정규직들도 함부로 비정규직들에게 그동안 갑질을 해 온 것이기도 할 게다. 저들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대상이다.


하다못해 특채만 되어도 공채와는 그 대우가 전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회사의 체계가 그렇다. 설사 하는 일이 같아도 공채와 어느날 뚝 떨어진 특채가 같이 놀 수는 없다. 모르는 것이 아니다. 모르면 사회생활 헛한 것이다. 그래서 더 고약한 것이다. 정규직이라는 말을 아무에게나 함부로 써서는 안된다. 대단하신 분들이다. 대단한 대한민국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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