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분명 저유소에도 중요시설인 만큼 평소 시설관리를 위한 인력이 배치되어 있었을 것이다. 항상 저유소를 모니터하며 만일이 상황을 대비하여 주위를 살피고 관리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중요한 일을 하는데 임금은 얼마나 받고 있을까?


최저임금이란 그야말로 최소한의 일만 하라고 주는 돈이다. 당장 그만두고 나가서 아무 일이나 골라잡아도 최소한 그 만큼은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일에 대한 충성도도 떨어지고 따라서 그만큼 일에 충실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그렇게 자주 사람이 나가고 들어오다 보면 전문성도 떨어지기 쉽다. 그런데도 그런 사람에게 그런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심지어 돈이 많이 든다고 중요한 안정장치들마저 생략하고 있었다고 한다. 안전점검도 대충 육안으로만 한 것을 보니 전문적인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비용과 시간이 그리 아까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라고 비싸게 쓰려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세월호 당시도 들었던 생각이다. 어차피 제대로 대우도 못받는 계약직들에게 도대체 무슨 대단한 책임감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얼마전까지 계속 이슈가 되었던 어린이집 교사들의 어린이학대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이다. 어린이집 교사들도 대부분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다. 사실 그 돈 받고 할 만한 일이 아니다. 어지간히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그 돈 받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라면 아마 30분도 지나기 전에 바로 박차고 나왔을 것이다. 그리 귀한 아이를 맡기면서도 그러나 어린이집 교사들의 임금을 올리는데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까 고작 그런 정도 임금을 받는 이들에게서도 도대체 얼마나 더 큰 책임감이나 사명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더 자질있고 자격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다른 일을 찾아 떠난다.


돈만 아끼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닌 것이다. 정작 돈을 투자해야 할 때 그 돈을 아끼려다가 더 큰 손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대한 만큼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내 아이를 잘 돌봐주기를 바란다면 그만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중요한 시설이니 보다 안전하게 관리되기를 기대한다면 그만한 비용을 치러야만 한다. 그러고는 고작 풍등 하나 날렸을 뿐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현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지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공공분야에서 더 많은 고용을 정부주도로 일으키겠다는 구상에 동의하는 이유다. 오히려 공공부분이기 때문에 그만큼 더 중요하고 더 비용과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경찰도, 교사도, 공무원도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정부의 관리 아래 더 많이 더 철저하게 관리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사회를 더 안전하게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돈을 적게 쓰고 결과만 좋게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효율이 아니다. 그냥 날도둑놈심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안전은 더욱 공짜가 없다. 하지만 모두들 너무 공짜만 바란다. 아파트값은 대신 아무리 올라도 그저 좋기만 하다. 웃기는 세상이다. 참 인간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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