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사람을 데려다 일을 시켰으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일정한 강도의 일을 했으면 그에 따른 휴식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 일을 시키는 사람의 사정이 아닌 일을 한 사람의 당연한 권리로써 그 모든 것은 지켜져야 마땅하다.


아직 공무원도 아닌 일반인 신분으로 인수위도 없는 정부로 불려가 나라의 중요한 일들을 돕고 있었다. 또 경찰과 군인들은 나라의 중요한 행사를 위해 귀한 손님들을 경호하느라 추운 날씨에 크게 고생한 뒤였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급여도 수당도 없는 자원봉사로 해결했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그런 비용을 나라의 세금으로 지급한 적이 없었다. 공무원도 아닌 일반인이고, 그 가운데서도 군인이고 경찰인데 그들에게 세금으로 자신의 노고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조차 없다는 것인가.


전혀 상관없는 것 같지만 최저임금에 대한 저들 보수정당의 태도 또한 바로 이런 정부 업무추진비 논란과 바로 이어져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가 일이 많았다. 작년에는 심심하면 북한이 미사일을 쏴댔고, 올해는 평창올림픽부터 어지간하면 북한과 미국과 중요한 정상회담이 이어져 있었다. 경제와 관련해서도 대책을 세우느라 허구헌날 하는 일이 청와대에 모여 회의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별보고 출근해서 별보고 그나마 퇴근이나 할 수 있으면 다행인 일상의 연속이었다. 주말도 휴일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었다. 그래서 힘들게 일하고 직원들에게 가까운 식당에서 회식이라도 했으면 그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라는 것인가. 대부분 직장인들도 그렇게 격무에 시달리고 나면 회사에서 지불하고 거창하게 회식을 하며 피로를 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청와대라고 안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논리인 것인가.


무슨 말이냐면 청와대는 돈도 받지 말고 쉬지도 말고 회식도 않으며 그저 일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군인이나 경찰 역시 그것이 자신들의 일이므로 격려차원에서 고작 5500원짜리 목욕도 아깝다는 뜻이다. 사실 안해줘도 된다. 그 동안 안 해 준 적이 더 많았었다. 그냥 시키면 하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그래서 열정페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다. 돈도 주지 않고, 휴식도 없이, 정당한 대가 없이 그저 시키면 시키는대로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열심히 일만 해야 한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이 더 이상 지금보다 많은 급여와 복지를 바라는 것은 나라와 기업을 위해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청와대나 공무원들이 받은 급여나 복지에 대한 저들의 시각이야 말로 노동자에 대한 저들의 생각 그 자체가 아닐까.


아마 심재철의 폭로에 공감하는 대부분도 비슷할 것이다. 노동자가 무슨 최저임금인가. 당장 기업이 살고 나라경제가 살아야 하는데 무슨 돈을 그리 더 받으려 하는가. 그러니까 업무추진비로는 밥도 먹어서는 안되고, 회식도 해서는 안되고, 피로를 풀어서도 안된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또다른 다수는 그런 자유한국당의 공격을 보며 오히려 울분을 느끼는 것이다. 공무원이기 이전에 그들 역시 나와 같은 노동자 아닌가. 그래서 반우스개로 목욕까지 시켜주면서 흔한 우유 하나 사주지 않았는가 트집잡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가 되고 나니 우유라도 한 팩 씩 사줬으면 해당 경찰과 군인들은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


한심스런 것이다. 한 편으로 서글픈 것이다. 언론이라는 것들이 그런 부분을 지적하는 놈들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그 잘난 진보언론들조차 청와대 직원들은 노동자도 사람도 아니라는 양 그저 심재철이 떠들어대는대로 옮겨적으며 양비론을 펼치기 급급하다. 이렇게까지 노동의 가치가, 무엇보다 인간의 가치가 하찮은 것인가. 청와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것들까지 공격의 대상으로 삼아도 좋은 것인가.


그런 식으로 문제삼으려면 사기업의 회식비도 문제삼아야 한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시키며 야식을 준비하는 비용까지 문제삼아야 한다. 하긴 그 돈은 또 얼마나 아까울까. 도저히 사람취급하기 싫은 이유가 이렇게 또 하나 늘었다. 아주 기분만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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